눈으로 보는 것을 뇌는 왜 왜곡하는 것일까?
대략 10년 사용하던 34인치 커브드 모니터가 맛이 가기 시작한 건 작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나하고 동행을 했었는데 이젠 보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적미적 댔습니다.
이번에 큰맘 먹고 32인치 4K 평면 모니터를 구매했습니다.
오늘 아침 컴퓨터를 켰는데 모니터 화면이 볼록하게 보입니다.
어! 왜 이러지, 컴퓨터 설정을 이것저것 변경해 보았는데도 계속 그렇게 보입니다.
LG 모니터인데, 평면 모니터를 그렇게 만들 리가 없을 텐데...
모니터를 3개 사용하고 있는데, 노트북 모니터는 평면으로 제대로 보이고, 3번째 미니 모니터도 평면으로 보이고, 중앙 메인으로 변경한 평면 모니터만 볼록하게 보이니, 이건 모니터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반품해야 하는 건 아닐까? 옆에서 보면 모니터는 휘지 않았는데, 설마 모니터가 이 정도로 휘었는데, LG와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불량을 모를 수 있나?
구글에서 "평면 모니터가 볼록하게 보일 때"를 검색해 보니, 커브드 모니터를 사용하다 평면 모니터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 뇌가 커브드 모니터에 적응했다가 평면 모니터를 보면서 볼록하게 한동안 보이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네이버 지식 검색을 해 보니 대략 1~2주 정도 지나면 적응해서 제대로 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진실일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6번의 척추 수술 후유증으로 많은 통증이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나의 몸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를 뇌에서 통증으로 느끼는 것은 진실일까?
커브드 모니터를 평면 모니터를 바꾸었을 때처럼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뇌에서 통증에 적응하고,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망상을 아침부터 합니다.
현대의학의 마약성 진통제 발명은 후종인대골화 환우에게는 마법이다.
현실에서 통증을 통증이 아니라고 속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진통제입니다.
또한, 우리 병에서 통증까지는 아니지만, 신경이 압박되어 오는 시림, 저림 증상도 우리 뇌를 속이는 신경계 리리카와 같은 약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모니터의 현상을 보면서 참! 우리 뇌는 잘도 속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참 똑똑하구나! 결국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진실을 밝혀내는구나!
진통제는 영원히 우리 뇌를 속일 수 없다.
이 병을 10년째 앓으면서, 진통제나 신경계 약이 영원히 우리의 뇌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계속 우리의 뇌를 속이기 위해선, 더 많은 진통제와 더 많은 신경계 약을 우리 몸에 투약해야 하고, 그 한계는 언젠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고 싶지만, 그날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일정량 이상은 효과가 없습니다.
그 양에 도달하고 우리 뇌가 적응하는 순간, 진통제는 더 이상 진통제가 아닙니다.
진통제는 우리 몸에 있는 통증을 치료해 주는 약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몸은 한 번 진통제를 복용했다고 바로 적응하지 않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복용한 진통제는 우리 뇌가 적응하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그렇게 빠르게 적응하지 않습니다.)
그 기간은 우리는 모릅니다.
의사가 말하지 않은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떤 의사들은 치료제인 것처럼 장기간 처방을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의사도 진통제를 치료제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치료제라 스스로 생각한 무지만 있을 뿐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환자를 속인 건 어쩌면 환자 스스로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다. 덜 아프면 과감하게 진통제를 버려라.
그런 의사를 만났습니다.
내가 운이 없는 건, 이미 진통제가 나의 뇌가 적응한 후에 그 의사를 만난 것입니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의사 중에는 진통제 처방과 복용을 장려하는 의사가 더 많다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진통제는 내성이 없습니다. 진통제 내성은 어쩌면 우리 뇌가 진통제에 적응해서입니다.
나는 진통제를 아예 먹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진통제에 의존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진통제는 현대의학이 주는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당장 그 엄청난 통증에서 잠시나마 버틸 힘을 주는 것이 진통제입니다.
흔히들 진통제가 내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저도 진통제 내성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동의를 합니다.
밑에서 계속 진통제 내성이라 표현을 할 것입니다.
과연 진통제 내성이 맞을까? 는 한 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내성이란 반복적으로 약을 복용하여 그 효과가 감소하는 것인데, 진통제는 우리 몸에 통증은 여전히 있지만, 그 정도를 가볍게 뇌에서 느껴지도록 하는 약입니다.
장기간 복용 했을 때 뇌는 약에 적응하여 통증 그대로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는 진통제의 본래 목적인 뇌를 더 이상 속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통제가 뇌에 적응했다가 오랜 기간 복용을 중단하고 다시 진통제를 복용했을 때 우리 뇌는 다시 통증을 가볍게 느낍니다.
다만, 우리 뇌를 속이는 지속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처음 복용했을 때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의 긴 시간 동안 우리 뇌를 속이는데,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뇌는 적응해서 더 이상 통증을 덜 느끼지 못합니다.
다른 말로 본래 있던 통증을 이제는 그대로 느낍니다.
그래도 진통제를 단약 했다가 다시 복용하면 진통 효과는 다시 생기지만, 그 유지하는 기간은 점점 더 짧아집니다.
6번 수술하는 동안 수술 후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단약 했다 복용하면서 그 기간이 짧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진통제 끊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노땅엔진니어는 쉽게 단약을 할까?
오늘이 6번째 수술한 지 50일입니다.
저는 진통제를 수술하고 30일째 되는 날부터 완전 단약을 했습니다.
이유는 더 이상 진통제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있지만 다음 수술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단약이 쉬운 건, 진통제 내성으로 진통의 효과가 많이 떨어져 먹으나 마나입니다.
후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저는 2017년 첫 수술 후에 의사가 처방해 준 진통제를 충실히 2년 반을 복용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 외래를 보면서 매번 하던 이야기는 수술이 잘 되었다.입니다.
의문은 들었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는데, 왜? 계속 아프고,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픈 것이지?
의사한테 물으면, 매번 운동하세요.
직장, 헬스장, 매일 일, 운동만 했는데, 운동이 부족한 것일까?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의사는 수술 후 2년 3개월을 이야기합니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렇게 2년을 참고 또 참고 기다렸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나는 진통제와 신경계 약이 더 이상 나의 뇌를 제대로 속이지 못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나중에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의사를 만난 후, 내가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무지의 대가는 너무나 크다.
2026년 나는 매일매일 잘 지내는 날이 더 많습니다.
날씨 변화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합니다.
비가 오거나,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은 통증으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날은 일 년에 몇 번씩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누워있으면 양 어깨는 빠질듯한 통증으로 누워있지 못하고, 앉아 있으면 등과 허리 통증과 오른발 시림, 저림 통증으로 앉아 있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더 누워 있으면, 내가 아픈 건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정신이 혼미하고, 나의 뇌는 아프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가장 센 울트라셋 진통제를 먹습니다. 통증은 그대로입니다.
이럴 때마다 세상의 끝을 바라봅니다.
나는 압니다.
여기서 내가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나의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자전거에 오릅니다.
눈앞은 진물과 같은 질퍽한 눈물이 엉겨 붙어 눈곱이 됩니다.
눈알은 뜨겁고, 아픕니다.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습니다.
온몸에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통증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어느새 땀을 닦던 수건은 흠뻑 젖었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밟습니다.
미래를 위해 조금은 남겨놓아라.
이런 날에 울트라셋 진통제가 나의 뇌를 조금이나마 속여만 준다면, 저는 조금은 쉽게 자전거에 다가갈 것 같습니다.
여느 날과 같이 자전거에 오르고, 땀에 젖어, 평소와 같은 삶을 살 것 같습니다.
저는 진통제를 전혀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엔 당연히 진통제를 먹어야 합니다.
제가 진통제를 끊으라고 하는 것은, 통증을 약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운동과 병행하여 진통제 복용 횟수를 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의사가 아침, 저녁으로 처방한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에만 진통제를 먹습니다.
그 진통제는 당장 운동 하기 힘들어서 먹는 것으로 운동하기 위해 진통제를 먹어야 합니다.
어쩌면 미래에 올 아주 극심한 통증을 위해 조금은 남겨 놓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댓글